2002년 부산에서 실제 발생한 여중생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그 아이는 날 무시했어요"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남들처럼 조용히 살았고, 별 문제 없이 살아왔죠.
그런데… 그날, 그 애가 나를 무시했어요.
같은 골목에서 자주 마주치던 여중생.
말없이 지나가던 그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쏘아보며 걸었어요.
그 눈빛이… 마치 날 더럽다고 보는 것 같았죠.
그때부터였어요.
머릿속이 이상해졌어요.
‘왜 쟤는 나를 그렇게 보지?’
이유도 없이 괴롭던 순간이었죠.
"그날은 비가 왔어요. 그래서 아무도 몰랐어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던 날이었어요.
그 아이는 우산도 없이 뛰어가고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따라갔죠.
어디까지 가나… 궁금했거든요.
작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조용히 뒤에서 팔을 붙잡았어요.
놀란 눈. 겁먹은 얼굴.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게… 너무 싫었어요.
입을 막고, 끌어안고, 그냥 말하려고 했어요.
“왜 나를 그렇게 보냐고.”
근데, 아이가 몸부림쳤어요.
발버둥치고, 소리를 지르려 했어요.
그때… 그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정신을 차리니,
그 애는 바닥에 누워 있었고,
숨을 쉬지 않았어요.
"나는 그냥, 죽은 줄 몰랐어요"
무서웠어요.
온몸에 식은땀이 났고, 숨이 가빴죠.
그 아이를 버리면 들킬 것 같아서…
버릴 수 없었어요.
그래서… 숨겼어요.
집 근처 공터 축대 아래,
돌과 흙, 잡초로 덮어뒀어요.
비가 와서 땅이 부드러웠거든요.
조심히, 아주 조심히.
며칠 후 뉴스에 그 아이 얼굴이 나왔을 때,
나는 모른 척했어요.
진짜 몰랐어요. 죽은 줄.
"사람들은 날 괴물이라고 불러요"
나는 죽일 생각 없었어요.
그냥 말만 하려 했던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않아요.
신문에는 '잔혹한 범인', '계획된 살인'이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나는 그냥…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누군가의 눈빛이, 그렇게 아플 수도 있다는 걸…
당신은 알아요?
어떤 눈빛은, 사람을 부숴요. 조용히, 천천히.
[2002년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 개요]
2002년 9월, 부산 금정구의 한 골목에서 실종된 여중생은 11일 만에 인근 공터 축대 아래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체포된 20대 남성은 평소 피해 여중생과 같은 동네에 살며 그녀를 수차례 따라다닌 사실이 드러났다. 범인은 “죽이려던 건 아니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정황상 계획적인 미행과 은폐 정황이 확인되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스토킹 살인’과 ‘청소년 범죄 피해’의 심각성을 일깨운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