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서울 관악구에서 실제 발생한 고시원 사체 유기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고시원은 조용해야 해요"
나는 조용한 걸 좋아해요.
시끄러운 사람들을 보면 숨이 막혀요.
그래서 고시원을 선택했죠.
좁고, 눅눅하고, 타인의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가까운 곳.
그게 나에겐 오히려 편했어요.
하지만, 어느 날 옆방에 누가 들어왔어요.
낮밤이 바뀐 건지, 밤마다 통화하고 음악을 틀더군요.
벽을 두드려봤지만… 아무 소용없었어요.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그의 존재에 잠을 설쳤고,
내 머릿속은 점점… 조용함만을 원하게 됐어요.
"이상한 건, 그가 조용해진 이후부터였어요"
어느 날부터, 옆방이 조용했어요.
너무 조용했죠.
소리도, 발자국도, 숨소리도 없었어요.
전엔 그렇게 시끄럽던 사람이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문은 닫힌 채였고
방 안에 불빛은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요.
고시원 복도에 이상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거든요.
눅눅하고, 싸늘한 공기와 섞인
뭔가 오래된 듯한… 낯선 냄새.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몰랐죠"
사람들은 그냥 환기 문제겠거니 했고,
관리자는 스프레이를 뿌리기만 했어요.
누구도 방 안을 열어보진 않았죠.
나는 그저 기다렸어요.
언젠간 누군가 그 방을 확인하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없었어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누군가와 벽 하나 사이에 있으면서도,
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알면서도 모른 척할 뿐이죠.
"벽 하나 넘어, 누군가 있었다는 걸"
결국, 방은 열렸어요.
그제서야 뉴스가 나왔죠.
사라졌던 그 남자가… 거기 있었다고.
그 방 안에서, 조용히,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은 놀랐어요.
하지만 나는… 아니요.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 냄새가 말해줬거든요.
당신이 지금 듣는 소리, 정말 이웃의 소리 맞나요?
[1999년 서울 고시원 사체 유기 사건 개요]
1999년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 한 남성이 실종된 후 수개월이 지나 고시원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고, 이웃들은 오랜 시간 그 방 옆에서 지냈음에도 이상한 냄새 외엔 아무것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좁은 공간, 방음이 약한 환경에서도 타인의 이상을 인지하지 못했던 이 사건은 ‘도시 속 단절’과 ‘고립의 위험성’을 다시금 경각시킨 사례로 기록되었다.